- [석율그래] 단문 모음
- TEXT/미생
- 2014. 11. 29. 02:14
- Posted by 유렌
하루 세 번 우연히 만나면 인연이라더라.
언젠가 읽은 책에서 본 구절이다. 그런 글을 읽었다는 것조차 잊고 지내던 한석율이 그것을 다시 떠올린 것에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다. 한석율씨, 왜 그래? 오늘 따라 말수가 적어. 맞은편에 앉은 김 과장이 툭툭,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눈치를
주었다. 아, 죄송합니다. 벌떡 일어나 그의 빈 잔에 맥주를 채우면서도, 그는 한편으로 머리를 갸웃거렸다. 과장이 따라준 술을
단숨에 원샷하고서 몇 마디 이야기에 맞장구를 치다가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둘러대고 일어섰다. 그는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부엌 입구
쪽으로 다가가서는 마침 주문서를 들고 부엌에 들어가려던 아르바이트생의 손목을 낚아챘다.
"저기."
"예?"
나이는 스물 서넛 쯤 됐을까, 답답스럽다 싶게 기른 앞머리로 이마 전체를 가린 남자가 그를 바라보았다. 순한 강아지 같은 눈에는
의문이 가득 실려 있었다. 깡마른 몸에 걸친 티셔츠는 마치 고등학교 입학식 때 키가 클 줄 알고 크게 맞춘 교복 와이셔츠처럼
헐렁했다. 석율의 손아귀에 쥐어진 팔목은 얇았고 피부는 부드러워서 언뜻 소년 같기도 했다. 석율은 고개를 한 쪽으로 갸웃했다가 쓱
인상을 썼다. 그리고는 당황스런 표정의 청년을 확인하고서야 손을 놓아주었다.
"뭔가 더 주문하시겠어요?"
"아뇨, 아닙니다. 그건 아니고."
"……? 불편하신 게 있으면…."
"아뇨, 그런 게 아닙니다. 음, 좀 이상하게 들릴 거 아는데, 그러니까…어, 장그래 씨, 혹시 우리 만난 적 있어요?"
"예?"
그가 곁눈질로 청년의 명찰을 확인하곤 물음을 던졌다. 의아한 얼굴을 한 장그래를 마주 보며, 석율 역시 여전히 석연찮은 얼굴로
연신 고개를 갸웃거렸다. 신기하단 말야. 그는 골똘한 얼굴로 생각했다. 눈썹을 찡그린 채 입술께를 만지작거리다가 말을 이었다.
"장그래씨 혹시 아침에 용산역에서 조간신문 배부 아르바이트 하지 않아요?"
"……."
"낮에는 을지로 스타벅스 커피 아르바이트하고."
"뭡니까 당신?"
장그래의 표정이 돌변했다. 순해보이던 얼굴이 싹 굳어지며, 이번에는 의심이 가득 섞인 시선으로 자신을 쏘아본다. 아, 역시 의심
받는군. 하긴 생면부지의 남자가 아르바이트 동선을 꿰고 있다니, 석율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등골이 섬찟한 이야기였다. 그는 입 안이
마르는 것을 느끼고 잽싸게 혀로 입술을 축이고는, 양 팔을 들어 항복하는 듯한 제스쳐를 취했다.
"그렇게 쳐다보지 마시고. 나 이상한 사람 아니에요. 한석율이라고 합니다. 요 앞 회사 사원이구요."
"……."
씩 웃으며 악수를 청했지만, 장그래는 그의 손과얼굴을 한 번씩 번갈아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그는 멋쩍은 미소를 한 번 지어보이곤 내밀었던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잠깐 숨을 고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그게, 어……. 사실은 내가 오늘 아침에 용산에서 조간신문 사고 낮에는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신제품이 궁금하시다는 대리님 때문에
스타벅스까지 심부름 다녀왔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여기서 술 마시고… 근데 어디서 많이 본 알바생이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서
말이에요. 하루에 세 번 이나 마주치다니 신기해서 말 걸어 본 건데, 그쪽은 나 기억 안 나나 봐요? 왜, 하루 세 번 우연히
만나면 그건 인연이라고 그러던데."
"안 납니다."
"맞는 것 같은데……. 이래 봬도 사람 하난 잘 기억하거든요, 제가."
"…죄송합니다만 용건이 그것 뿐이면 가 보겠습니다. 할 일이 많아서요."
무슨 실 없는 소리 하는 사람 다 본다는 얼굴로, 장그래가 대꾸했다. 어, 잠깐만. 석율이 무어라 말을 다시 걸기도 전에,
장그래는 휭하니 부엌으로 사라져버렸다. 석율은 쩝 입맛을 다시곤, 잠깐 바닥에서 천장까지 시선을 쭉 움직였다가, 다시 고개를
좌우로 꺾었다. 그는 입술을 비죽이며 들을 사람도 없는 곳에 대고 중얼거렸다.
"나 같은 사람을 차다니, 후회할 텐데, 당신."
그 이후에도 회식은 삼차까지 계속되었다. 술고래라던 김 과장이 연신 그를 놓아주지 않아, 결국 석율은 날짜가 바뀌고 상사들이 전부
먼저 돌아간 다음에야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아 씨, 오늘 차 찾아 가야 하는데. 오늘은 금요일, 아니지, 날짜가 바뀌었으니
토요일이었고, 뽑은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쌩쌩한 놈을 주말 내내 회사 차고에 세워 놓기는 아까웠다. 아오. 짜증스레 한참 뒷머리를
긁으며 서 있다가, 결국 그는 술 깰 겸 회사까지 걸어가며 대리운전 회사에 전화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대리 부르셨죠?"
"아, 예, 이쪽으로……."
회사 입구에 서서 잠시 기다리자 대리기사가 헐레벌떡 도착했다. 곧바로 기사를 차로 안내하려던 석율은, 그러나 놀라 입을 다물었다.
상대 역시 걸음을 멈추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톰한 입술이 살짝 벌어진 표정은 얼이 빠진 듯도했고
충격을 받은 듯도 했다. 아까 정색하던 표정보다는, 확실히 귀여운 데가 있다.
거 봐. 인연이잖아. 운명의 여신은 참으로 고집이 센 모양이라고 생각하며, 그는 활짝 웃었다.
"또 보네요, 장그래씨. 아직도 나 못 알아보겠어요?"
"장그래씨, 볼펜 좀 빌립시다."
"또입니까?"
장그래는 욱하고 튀어나갈 뻔 한 험한 말을 삼켰다. 바둑을 하며 쌓아온 인내심이 남다르다고 자부하는 그였지만,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나서 쓰잘데없는 소리를 늘어놓는 한석율에 대해서는 그 인내심도 말라 가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낯짝은 두껍고 눈치라곤 없는 한석율은 꿈쩍도 않고, 파티션 위에 턱 팔을 괴고 자신을 내려다 보며 실실 쪼갤 뿐이었다. 나름의 싫은 표현을 있는 힘껏 하고 있었지만, 하여간 이 인간에게는 씨알도 먹히는 법이 없었다.
"아이, 이따 퇴근할 때 돌려줄게요. 하나 산다는 게 자꾸 잊어버리네."
"비품실 가서 챙기시든가 식사시간에 나오셔서 사오시든가. 저한테 빌리셔야 할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매몰차긴~. 동기 좋다는 게 뭐예요. 좀 빌립시다. 이따 돌려줄게요!"
자신이 하는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빙글빙글 웃던 한석율이 휙 손을 뻗더니 멋대로 펜꽂이에서 볼펜을 집어든다. 아, 잠깐만요 한석율씨! 소리치며 벌떡 일어났지만 그 잠깐 사이에 저만치 멀어져가는 뒷모습이 보일 뿐이다. 영업팀의 몇몇 직원들이 이쪽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잠깐 멈칫했다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주저앉았다. 오과장과 김대리는 저놈 또 저러나, 한마디 했을 뿐 관심이 없어 보였다.
Yes 「안 돌려주셔도 되니까 그냥 가지십시오. 귀찮게 굴지 마시고.」
개벽 「무슨 그런 섭한 말씀을. 신용 하면 또 이 한석율 아닙니까. 빌린 물건, 반드시 돌려 드립니다. 오늘 퇴근할 때 보자구요~.」
Yes 「그냥 가지시고 내일부터 빌리러 오지 마십시오.」
개벽 「나 그렇게 남의 물건 막 빼앗고 그런 사람 아닙니다. 퇴근할 때 돌려줄테니 그때 봅시다 장그래씨.」
이건 뭐 벽에다 대고 말하는 것도 아니고. 장그래는 문자를 보내던 핸드폰을 책상 위로 툭 내던지고선 의자에 기대어 고개를 뒤로 젖혔다. 한석율은 벌써 일주일째 볼펜을 안 가지고 왔다는 핑계로 매일 아침저녁 영업 3팀에 출근 도장을 찍어 대고 있었다. 비품실을 놔두고 왜 자신한테서 굳이 볼펜을 빌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었고, 바빠서 볼펜 사러 갈 여유가 없었다는 핑계도 전혀 믿음이 가지 않았다. 층까지 다르면서 꼬박꼬박 볼펜 하나 빌리자고 오르락내리락댄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정말 진지하게, 내가 이 사람에게 뭔가 잘못하기라도 했나 하고 고민까지 해 보았지만 답은 나오지 않았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겁니까. 마른세수를 하고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린 놈이 아침부터 한숨은. 오과장의 핀잔 섞인 목소리가 뒤통수에 날아와 박혔다.
한석율은 콧노래를 부르며 손가락에 끼운 볼펜을 빙글빙글 돌렸다. 슬슬 볼펜 빌린다는 핑계는 약빨이 안 서는 모양인데, 그러면 다음엔 무슨 핑계를 대야 하려나. 어차피 구색 맞추는 핑계이니 내용이야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장그래씨가 담배를 안 피워서 아쉽단 말야. 그러면 라이터도 빌리고 담배도 빌리고 할텐데. 그는 셔츠 윗주머니에 펜을 꽂아넣고 담배를 빼어 입에 물었다. 어차피 곧 점심시간이고, 자신을 제외한 팀원 전원이 외근 중이니 여유있게 한 대 피우고 식사하고 들어가면 되겠지 싶었다.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몇 모금 빨았을 즈음, 갑자기 휴대폰 알림이 울렸다.
Yes 「어디 계십니까?」
개벽 「왜요, 무슨 일 있어요? 볼펜이라면 고맙게 쓰고 있으니 걱정마시고.」
Yes 「지금 한석율씨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내려오십시오. 할 얘기가 있습니다.」
장그래씨가 날 찾다니? 내 자리에서 기다린다니? 이 사람 내 자리가 어딘지는 아나? 드디어 작업이 먹히는 건가? 짧은 순간에 많은 생각들이 파바박 머릿속에 피어올랐다가 다시 사라졌다. 그는 놀라서 눈이 동그래진 채 문자를 몇 번씩 다시 확인하고서야, 서둘러 장초를 비벼 끄고 뒷주머니에 휴대폰을 찔러넣은 채 사무실로 향했다. 특유의 설레발이 섞인 걸음걸이가 평소보다 더욱 흥겨웠다.
"야아, 장그래씨. 무슨일이에요, 날 다 찾고? 내가 그렇게 보고싶었어?"
두 팔을 벌리고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오는 한석율에게, 장그래는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석율 책상 위의 펜꽂이를 들어 흔들어 보일 뿐이었다. 잠깐 상황 판단이 되지 않아 멈춰섰던 석율의 표정이 곧 미세하게 굳어졌다. 아차. 석율의 펜꽂이에는 여러 색상의 펜이 종류별로 꽂혀 있었던 것이다.
"하하하, 이건 말이지, 장그래씨."
"뭐 이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석율은 마른침을 삼켰다. 장그래는 펜꽂이를 탁 소리 나게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허술하고 어리숙해보이는 이 남자는 가끔 이렇게 의외의 면을 보이곤 했다. 이럴 때면 그 순하던 눈 안에서 뭔가 타오른다고 해야 하나, 그런 점이 꽤 섹시했다. 나를 몰아세울 때가 아니면 더 좋겠는데 말야. 그는 어색하게 씩 웃어 보였다.
"그래서,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절 괴롭히는 게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적당히 좀 하십시오."
"괴롭히려는 의도는 아닙니다. 오해에요, 장그래씨."
"그러면 제가 뭔가 잘못한 게 있습니까? 그래서 유치하게 이러시는 겁니까?"
와우, 오해를 해도 어쩜 이런 쪽으로만. 차라리 개수작부리지 말라고 따귀를 맞았으면 덜 억울했을 것이다. 철벽도 이쯤 되면 문화재 급이다. 오 마이 갓. 석율은 갑자기 긴장이 탁 풀리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 손으로 머리를 휙 쓸어넘긴 다음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을 쏘아보는 장그래를 다시 마주 보았다. 그가 똑바로 쳐다보자 장그래 역시 조금 주춤하며 한발짝 뒤로 물러섰다. 그는 여유를 되찾고, 다시 평소의 웃는 얼굴로 돌아와 옷깃에 끼워둔 장그래의 볼펜을 꺼내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다. 주변을 쓱 둘러보며 사무실이 비어있는 것을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무심한 것도 정도가 있지, 장그래씨야말로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장그래씨 말마따나 내가 유치하게 장그래씨 놀리려고 매일 영업3팀에 출근 도장 찍었겠냐구요. 그야 장그래씨 반응이 재밌는 건 사실이지만 나도 바쁜 사람이라고. 그래 안 그래? 장그래씨."
"예?"
"맞아요, 볼펜은 핑계고, 그냥 장그래씨 보려고 간 겁니다."
"……예?"
"좋아합니다 장그래씨. 우리 사귀죠."
"…………예?"
"답은 예스겠죠? 우리 장그래씨니까."
아무리 유인구를 던져도 안 먹힌다면야, 홈런 맞을 각오로 한복판 직구 승부를 할 수밖에. 아직 자신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어리벙벙한 표정만 짓고 있는 장그래의 뺨에 그가 가볍게 입을 맞췄다. 이거 농담 아닙니다. 장난이나 놀리는 건 더더욱 아니구요. 나 지금 완전 진지해요. 속삭이는 말에 장그래의 표정이 더욱 굳어졌다. 그는 씩 웃으며 장그래의 손을 잡아채고 성큼성큼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오늘 점심은 파스타로 하죠, 파스타. 역시 데이트엔 파스타잖아? 그는 완전히 얼어붙은 장그래를 질질 끌다시피하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 볼펜을 주머니에 집어넣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렸다. 조금 이따가 분명히 걷어차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나흘 전 커피 건만 하더라도 나는 저에게 조금도 잘못한 것은 없다. 신입놈이 심부름을 하러 오면 왔지 남 서류 쓰는 데 쌩이질을 하는 것은 다 뭐냐. 그것도 발소리를 죽여 가지고 등뒤로 살며시 와서,
"얘! 너 혼자만 서류 쓰니?"
하고 긴치 않는 수작을 하는 것이다.
어제까지도 저와 나는 이야기도 잘 않고 서로 만나도 본체만척체고 이렇게 점잖게 지내던 터이련만 오늘로 갑작스레 대견해졌음은 웬일인가. 항차 망아지만 한 사내놈이 남 일하는 놈 보구…….
"그럼 혼자 하지 떼루 하듸?"
내가 이렇게 내배앝는 소리를 하니까,
"너 일하기 좋니?"
또는,
"회의나 마무리 되거든 하지 벌써 보고서를 쓰니?"
잔소리를 두루 늘어놓다가 남이 들을까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그 속에서 깔깔댄다. 별로 우스울 것도 없는데 날씨가 풀리더니 이 놈의 정규직이 미쳤나 하고 의심하였다. 게다가 조금 뒤에는 과장님 자리께를 할금할금 돌아보더니 등 뒤로 꼈던 바른손을 뽑아서 나의 턱밑으로 불쑥 내미는 것이다. 언제 탔는지 더운 김이 홱 끼치는 캬라멜 마키아또가 내 손에 뿌듯이 쥐였다.
"느 과장님은 이런거 안 사주지?"
하고 생색있는 큰소리를 하고는 제가 준 것을 남이 알면은 큰일날테니 여기서 얼른 먹어 버리란다. 그리고 또 하는 소리가,
"너 마끼아또가 젤루 비싸단다."
"난 단 커피 안 먹는다. 너나 먹어라."
나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일하던 손으로 그 커피를 도로 어깨 너머로 쑥 밀어 버렸다. 그랬더니 그래도 가는 기색이 없고, 뿐만 아니라 쌔근쌔근하고 심상치 않게 숨소리가 점점 거칠어진다. 이건 또 뭐야 싶어서 그때에야 비로소 돌아다보니 나는 참으로 놀랐다. 내가 이 회사에 들어온 것은 근 석달째 되어오지만 여태껏 서글서글한 한석율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홍당무처럼 새빨개진 법이 없었다. 게다 눈에 독을 올리고 한참 나를 요렇게 쏘아보더니 나중에는 눈물까지 어리는 것이 아니냐. 그리고 종이컵을 다시 집어들더니 이를 꼭 악물고는 엎어질 듯 자빠질 듯 엘리베이터로 횡하게 달아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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