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문]경성 석율그래 조각글
- TEXT/미생
- 2015. 1. 5. 19:31
민망할 만치 짧지만 이런 느낌의 경성게이 석율그래 보고싶다 ㅠㅠ
#1.
한 석율이라 하오. 천연스레 웃으며 내미는 손을, 그래는 잡아야 할 지 어쩔 지 몰라 머뭇댔다. 용케도 그 요사스런 기를 감추었으나 그래의 눈에는 그 뾰죽한 귀와 주둥이며 등 뒤에서 살랑대는 꼬리까지도 훤했다. 그가 다가오는 발짝마다 여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매구, 그것도 이제 막 천 살을 먹고 말을 하기 시작한 놈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섞여 기백 년은 살아온 놈이었다. 천 년 묵은 여우에 홀려 간을 빼먹혔느니 하는, 어릴 적 이부자리에서 담배 냄새 맡아 가며 들었던 괴담들이 떠올라 발치가 싸아했다. 대체 이 자가 내게 원하는게 무어란 말인가. 그래가 악수를 받아 주지 않자, 석율은 다시 손을 주머니에 넣었다. 거 너무 비싸게 굴지 마오, 장 선생 해칠 생각 없수다. 그러고는 여전히 웃는 낯으로 궐련을 빼어 문다. 요새는 이, 요물 알아 보는 치들이 드물어서 내 반가워 그러오.
#2.
그도 옛날 다른 많은 소설가나 시인처럼 폐병에 질식당하고 정신병에 영혼을 갉아먹혀 죽을 운명일까. 그래가 잠결에 밭은기침을 할 때마다, 또 가끔 우울에 잠겨 며칠씩 입을 다물 때마다 그런 공포감이 석율의 발목을 잡아채곤 했다.
#3.
그대를 사랑하는 게 아니었는데. 절절 끓는 울음에선 진심이 묻어났다. 이제는 뼈와 거죽 뿐인 그 앙상항 몸에 기대어 석율은 제 천 년 수명간 흘린 것보다 많은 눈물을 쏟아냈다. 그래의 하얀 적삼에는 쉬이 얼룩이 졌다. 네가 죽는데 내가 살아 무엇하니, 그래야. 네가 이리 죽어 가는데 네 죽은 조선 땅 어드메에 내 살 곳이 있겠니. 통곡하는 석율을 달랠 기운조차 그래에겐 없었다. 어쩌겠습니까, 제 수명이 이만큼인 것을. 죽을 사람 죽어도 산 사람 산 요괴는 살아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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