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율그래]단문 모음

트위터에 올렸던 단문들 모음입니다.


#1.

한석율이 죽었다.
장그래는 그 문장을 빤히 내려다 보다가, 그 위로 가로선을 두 번 긋고는, 한석율을 죽였다. 또박또박한 글씨로 새기듯 적었다. 다시 그 문장을 내려다 본다. 마치 선언하듯 담담한 짤막한 글귀를 다시 읽었다. 한석율을 죽였다. 내가. 장그래가 한석율을. 몇 글자 되지 않는 문장이 가슴을 무겁게 치고 지나갔다. 입이 바싹 마른 느낌에 혀로 입가를 축이다, 그것이 죽은 석율의 버릇임을 뒤늦게 깨닫고, 구태여 일어나 물을 떠 와 마셨다.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장그래가 한석율을. 몇 글자 되지 않는 문장이 가슴을 무겁게 치고 지나갔다. 입이 바싹 마른 느낌에 혀로 입가를 축이다, 그것이 죽은 석율의 버릇임을 뒤늦게 깨닫고, 구태여 일어나 물을 떠 와 마셨다. 갈증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다시 석율을 생각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고 있었다. 지옥에서 만나자, 장그래. 커피 약속을 잡듯이 가벼운 목소리였다. 장그래는 그의 그런 점들이 몸서리쳐지도록 싫었다. 다시 석율을 생각한다.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웃고 있었다. 지옥에서 만나자, 장그래. 커피 약속을 잡듯이 가벼운 목소리였다. 장그래는 그의 그런 점들이 몸서리쳐지도록 싫었다. 남의 사적 영역에 침범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아 하면서 진짜 자신은 가면 속에 숨긴 채 겉으로만 웃었다. 침범당하고 싶지 않았던 곳까지 먼저 파고들어와 놓고서는 또 언제라도 떠날 것처럼 굴었다. 그런 일관성의 부재는 그에게는 몹시 견디기 힘든 일이었다. 차게 식어버린 손으로 얼굴을 매만지며, 역시 그랬구나, 체포당하면서도 담담하던 얼굴을 생각했다. 바둑에 일부러 져 준 사람 같은 웃는 낯에 그는 화가 났다. 한석율이라면 일부러 그러고도 사람이라는 점이 더 싫었다.


#2.

장그래, 이름 석자를 적는 뒤통수가 둥글었다. 석율은 펜대 돌리던 것도 잊고 뚫어져라 좁은 등을 바라보았다. 아침나절 교무실이 어디냐 묻던 그 작은 몸집을 영락없는 전학생이라고만 생각해 말을 텄었는데. 실습 나온 교생이라고 저를 소개하는 목소리는 이따금 어머니 뒤를 따라 올랐던 절간의 처마 끝에서 흔들리던 풍경소리 같았다. 검고 잔잔한 시선이 잠시 저를 똑바로 보았고 괜스레 뱃속이 근지러워 책상 위에서 손가락을 굴렸다. 똑 분칠한 마냥 흰 얼굴에 입술은 또 뭘 발랐는지 분홍색으로 반들거린다. 이마를 덮은 앞머리 때문에 눈가가 조금 그늘졌으나 그나마도 순한 짐승 같은 얼굴이었다. 아이에게 책 읽어주듯 조곤조곤 말하는 목소리가 무어라 하는지 절반은 듣지 못하고 그저 그 작고 발갛고 도톰한 것이 달싹이는 모양새를 눈으로 좇기에도 바빴다.


#3. 사멸연습死滅練習

그래도님( @guraedo ) 의 자살기도하는 그래와 발견하는 석율이 그림 보고 써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