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오루X신지]2013.06.25.
- TEXT/EVANGELION
- 2014. 6. 12. 20:10
어, 이런...
또 막다른 골목이다.
신지는 걸음을 멈췄다. 벌써 다섯 번째로 보는 막다른 골목이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길을 잃은 모양인데...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인기척은 보이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빠지는 것을 느끼며 주저앉았다. 목이 말랐다. 올려다 본 하늘엔 구름 하나 없었고 그가 헤매는 골목길에는 그늘 하나 없었다. 물 마시고 싶어,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조금 갈라졌다. 손으로 햇빛을 가려 보았지만 어림없었다. 땀애 절어 피부에 들러붙는 티셔츠가 기분나쁘다. 멀리서 매미 소리가 자지러졌다.
이사온 마을은 어릴 적에 살았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 시절의 기억은 이상할 정도로 희미해서 그에겐 마을이 영 익숙하지 않았다. 마을에도 익숙해질 겸 돌아다니다가 왠지 낯익은 골목을 발견했다. 무엇이고 낯선 곳 투성이인 가운데 가슴 한 켠이 아리는 듯한 그리운 기분이 드는 골목이었다. 그것에 홀린 것처럼 발을 들였지만 골목길은 얼기설기 헝크러져 있어서 금방 길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잘 모르는 골목은 들어가는 게 아닌데. 후회하며 몸을 조금 웅크렸다.
어디 그늘이라도 있었으면. 고개를 숙인 채 그런 생각을 하는데 갑자기 자신의 머리위로 그늘이 드리워졌다. 그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누군가 다가오는 기척 같은 건 느끼지 못했는데. 조금 키가 큰 듯한 마른 체형의 소년이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햇살 때문에 역광이 져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가 등진 해 때문에 눈이 부셔서, 신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찡그렸다. 소년이 자신에게 손을 내밀었다. 하얗고 손가락이 기다란, 연필 굳은살조차 없는 고운 손이었다. 얼떨결에 그 손을 맞잡고 일어났다. 더위에 익어 뜨끈거리는 자신과 다르게 그의 손은 딱 기분 좋을 만큼 서늘했다.
어...
길을 잃은 거니?
몸을 일으키고 소년과 얼굴을 맞이한 신지는 순간 할 말을 잃고 숨을 삼켰다. 인상적인 은발과 붉은 눈동자를 지닌 소년의 얼굴은 무척 아름다웠다. 얼핏 아픈 사람 같아 보일지도 모르는 흰 피부는 오히려 신비로움을 자아냈다. 그가 미소띤 얼굴로 자신을 응시하고 있었다. 조금 처진 눈매가 둥글게 휘어지고 부드러운 입매는 가벼운 호선을 그려냈다. 그 미소띤 얼굴에 괜시리 가슴이 두근거렸다. 신지가 머뭇거리는 사이 소년이 먼저 질문을 던졌다. 목소리는 그의 생김새 만큼이나 신비롭고 아름다웠고, 다정한 색깔을 품고 있었다.
으, 응...
이 골목은 구조가 복잡해서 처음 온 사람은 길을 잃기 쉬워. 목이 마른 것 같은데 차가운 물이라도 마실래? 마침 우리 집이 이 근처야. 따라오렴.
신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스러울 만큼 쑥쓰러운 기분이 들어 두 뺨이 훅 달아올랐다. 먼저 걸음을 떼는 소년의 뒷모습이 어딘지 아득해서 금방이라도 그르 놓칠 것같아, 신지는 서둘러 그의 뒤를 좇았다. 저벅저벅, 앞서 걸어가는 소년의 발소리는 묘하게 가볍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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