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12. 카오루 묘사 습작

그에게는 어딘가 사람 같지 않은 면이 있었다. 가끔은 바로 눈 앞에 있는데도 아득히 먼 곳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다. 어쩌면 실재하는 인간이 아니어서, 금방이라도 홀연히 사라져 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지금처럼 아무말 하지 않고 삐딱한 자세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선 뒷모습을 볼 때면 특히 그랬다. 아직 자신이 온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인지 카오루는 부서진 벽 옆에 서서 지오프론트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나기사 군?

응? 무슨일이야, 이카리 신지 군?


여상하게 대답하는 목소리에는 다정함과, 따스한 온도를 지닌 무언가가 담겨 있었다. 짧게 정리된 머리카락이 가볍게 흔들리고, 미소띤 익숙한 얼굴이 자신을 돌아본다. 자신보다 다소 키가 큰 그였기에 약간 내려다 보는 시선이었지만 신기하리마치 불쾌한 느낌은 들지 않고, 오히려 그 따뜻한 색감의 붉은 눈동자에 자신의 얼굴이 비춰지는 것에 안도하게 되곤 했다. 쏟아지는 아침 햇살을 등지고 선 그의 모습이 또 한번 낯설었다. 하려던 말을 잊고 그냥 멍하니 그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는 아무 것도 되묻지 않고 조용히 대답을 기다리고 서 있었다.


그, 그냥...아무 것도 아니야..


말꼬리를 얼버무리며 어깨를 조금 움츠렸다. 왠지 나기사 군이 곧 없어질 것 같아서, 라고 말하기는 뭔가 부끄러웠다. 그를 대하는 것은 어쩐지 늘 쑥쓰러운 기분이 들어, 금세 두 뺨이 붉어지고 만다. 그는 짜증 내는 기색 하나 없이 싱긋 웃더니 자신에게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피아노를 치는 사람 같지 않게 희고 긴 손가락에는 굳은살 하나 박혀 있지 않았다.


미안. 잠시 다른 생각 중이었어. 오늘도 괜찮아? 피아노 연탄.

으, 으응.


조심스레 내민 손을 잡았다. 조금은 서늘한, 하지만 분명하게 전달되는 온기에 그제서야 마음이 완전히 놓였다.